소일거리 (소소한 일상의 이야깃거리)/결혼

서울성모병원 조산 후기 1탄 - 부산여행

흙길 2023. 12. 25. 22:43

지금은 아주 건강한 7개월된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아이의 출산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일찍부터 진통이 온 와이프는 30~31주차부터 병원에 입원했고, 결론적으로 33주 6일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냈고 흔히말하는 이른둥이(조산)로 출산하게 되었다. 조산이라는 것이 흔치 않은 과정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잘 해결됐기도 해서, 내 스스로 기록해두고 싶은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을법한 이야기를 남겨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 글을 적게되었다.

 

글 시작하기 앞서서...

지금도 조산의 과정을 경험을 하고 있는 모든 예비 부모님들에게 힘을 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과정은 많이 힘들수 있으나 이겨내고 나면 행복이 찾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다가올 행복할 날들을 생각하면서 모두 힘내시면 좋겠다. 화이팅 !!!

 

 

누구나 그렇듯 임신 중기의 와이프는 정말이지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물론 배가 나와서 육체적인 힘듬은 있었지만, 입덧을 포함한 호르몬에 의해 동반되는 작용들은 임신 초기에 비해 너무나도 괜찮았다. 보통 16~28주 사이에 태교여행을 다녀오는데 우리도 나름의 태교여행 목적으로 30주차에 부산으로 여행을 결심한다. 이게 큰 실수였다.

※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가급적 30주 이후는 절대 안정을 취하시길...

 

KTX 열차 안에서 와이프는 안색이 쭉 좋지 않았다. 기차안 공기가 습해서 그러련히 하면서 부산역에 도착했는데 대뜸 와이프가 나한테 한마디를 한다.

 

"병원(산부인과) 가봐야 할 것 같아... 가능한 큰 병원으로..."

 

이게 무슨 소리인가...?

너무 놀란 나는 왜 그런지 설명을 해보라고 했다. 와이프는 이슬이 비친것 같다는 말을 하게된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이슬은 출산이 다가오면서 자궁문이 열리게 되고 그에 따라 소액의 혈액과 분비물이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 출산 신호로 알려져있다. 와이프는 부산에서 이슬비침을 보았다는것, 즉, 출산이 곧 다가왔다는 신호라는 것 !!

 

이슬이란 단어를 부산에서 처음 들은 나는 처음에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면 금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와이프 역시 크게 진통을 느끼는 상황은 아니라서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돼지국밥 한그릇을 먹고 '좋은문화병원' 이란 곳으로 찾아갔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가서인지 접수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후에 진료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 우선 진통 세기랑 주기에 대한 검사를 해보면 좋겠다고 해서 바로 검사실로 향했다. 체감상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검사는 끝이 났고 몇 분 후에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우리를 진료해주셨던 부문현 원장님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심각해진 표정에서 나지막히 한마디를 하셨다.

 

"입원하셔야겠는데요..."

 

응? 무슨소리지... 저희 이제 막 여행왔는데요... 서울이 거주지인데 입원을 하라구요...? 애는 어디서 낳으라는 거에요...? 등 별의별 생각들이 입밖으로 세어나왔다. 그때마다 우리를 진료해주셨던 부문현 원장님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입원이 필요한 수준의 진통세기이며 입원을 안할 경우에 진통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주었다. 와이프와 나도 그때서야 심각성을 더 느끼고 우선 입원을 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졸지에 와이프는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병원 방침상 보호자가 같이 있을수가 없단다.

 

그래서 둘, 아니 뱃속에 있는 아이까지 셋이 함께 지내려고 예약했던 부산 시그니엘을 혼자서 가게된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사정을 말하고 취소를 할 수 있었는데, 난 당연히 안될거라 생각했다. 규정을 찾아보진 않았지만 아마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일이어도 환불을 해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다음날 예약해둔 호텔은 상황을 설명하니 입원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보여주고 취소가 가능했다.

 

어쨌든, 나는 부산 시그니엘에서 저녁 9시가 되서야 도착했고,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방안에서도 입원한 와이프가 걱정되면서... 이게 무슨일인가, 나에게 벌어진 일이 맞는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주어진건가 등 정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카톡과 전화로 와이프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했지만 부산에 도착하기 전 와이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병원만 믿고 의지하게 되었는데... 이때 참 내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체크아웃을 하고 호랑이젤라떡을 사들고 와이프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다. 면회 개념으로 와이프가 내려올 수 있었고 병원 로비에서 와이프를 만날 수 있었다. 주사 바늘을 꽂고 있는 와이프 모습을 보면서 약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기분좋은 마음으로 타지에 와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참 안쓰러웠다.

 

와이프는 입원 이후에 진통이 더 크게 느껴졌고, 진통억제제 (라보파) 처방을 받아 맞게 되었는데 농도를 조절해가면서 진통을 견디고 있었다고 말해줬다. 농도를 높힌 상태에서는 몸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고 실제로 보기에도 컨디션이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희망이 조금 보이는 기분이라 기뻤다. 그렇게 3~4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에 병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창문을 열면 병원이 보이는 수준의 위치에 모텔을 잡았다. 실제로 보지 못하는 것은 똑같은데,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니 심리적으로도 둘다 안정이 됐다. 퇴원의 희망을 꿈꾸며 부산의 2일차 밤을 보냈다.

다음날, 2박 3일의 여행을 계획했던 우리에게는 퇴원이 가능한지가 중요했다. 바로 전날밤 와이프가 원장님에게 문의를 넣었는데 진통이 오면 기본 7일정도는 입원하는게 좋지만 우리의 상황을 고려해서 라보파 농도를 낮춰보겠다고 이야기했다. 농도를 낮췄을때 진통이 많이 오지 않으면 서울가서 바로 병원에 입원하는 조건부로 퇴원을 시켜주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라보파 농도를 낮추니 와이프는 어지러움이 심해지기 시작했고 진통도 더 커졌다. 퇴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원장님은 우리의 상황을 고려해서 큰 결심을 해주셨고 결국 우리는 퇴원을하고 서울행 열차를 타게 되었다.

 

(1탄은 여기서 마치고 2탄에서 계속됩니다!)